개를 기르지 않기로 했다. 몽이를 보낸 후.
고양이도 기르지 않을거다. 미루라는 이름이 아려서.
그러다 초록에 꽃히고 말았다.
일본을 여행하면서
골목마다 어느 집이나 있는 꽃들이 예뻐 남의 집 대문앞에 한참을 서서 구경을 했더랬다.
시골 마을 작은 신사나 돌담길 그림자 아래 펼쳐진 초록 이끼를 보면서
일본 에니메이션에 자주 나오는 숲의 정령은 만들어진 캐릭터가 아닐것이란 생각이 들었다.
그 여행 후. 정 붙이기를 그만하자던 마음이 슬쩍 밀려나 버리고
결국 풀을 키우기 시작했다.
바질, 민트, 파슬리, 코리안다.. 그리고 몇몇가지 꽃들.
잘 안된다.
그래도 극기훈련처럼 메달려 매일 아침, 귀가 후. 하나하나 챙겨 유심히 살핀다.
이번엔 꼭. 꽃도 보고 열매도 보고 허브도 따서 요리도 해 볼 생각이다. 꼭..
떨어지긴 했지만 대학 일차 지원이 수목학과 였고.
처음 입 밖으로 말 했던 장래 희망이 화원주인장 이었고...
그러다 세월지나 시니컬 하게 가져다 붙인 아이디는 늘 배추장사 였다.
지금 사람들에게 농담 섞어 말하길.
농원 가운데 B&B 를 하면 재밌겠어요. 호호호.
꿈.
나의 그것은 참으로 질기고 단단하게 벽을 타고 자라있다.
꽃이 피지 않더라도
그것만으로도 근사할 수 있겠다. 끝까지 살아 있으라..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