15/12/2014

잃었던 파일 복원중 유일하게 찾아 낸 겨울 한 토막.


또 지각이다.

압구정 전철역에서 결국 택시를 잡아 타고 갤러리아 백화점 앞을 지난다.

신호가 바뀌었는데 차들은 움직이지 않는다그러다 다시 빨간 신호로 바뀐다차 창이 뿌옇다밖이 많이 추운가 보다모든 장면이 흘러가지 않고 사진처럼 한 컷 한 컷 토막이 나 캡쳐 된다바로 옆 차 선에 회색 벤츠가 한대 서 있다인형이 잔뜩 데코레이션 되어 있는 차 안에 핑크색 커버를 씌운 운전대를 잡고 있는 핑크색 야구모자를 쓴 정말 앳된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.

메르세데스 벤츠 에서는 핑크색 차를 팔지 않는 건가.

삼 개월 월급을 안주고 있는 회사에 지각을 하지 않기 위해 나는 택시를 타고 출근을 하고 있고 저 다른 세상의 사람들은 왜 굳이 이 시간에 차를 끌고 나와 사서 고생일까

그날 아침 원당에서 압구정으로 향하던 3호선 지하철 역에서는 한 장애인이 구걸을 하고 있었다.

한때 공익광고에도 출연을 한 적 있는 장애인 피아니스트였다괜히 아는 척을 했다가 모금 통에 넣어 줄 돈이 없다는 것을 전철 안 그 많은 사람들에게 다 들키고 말았다.

명함 한 장 달라기에 뒤적거려 꺼내 주는데 내 이름 앞에 디자인 팀장이라고 써 있다

남 걱정 할 때가 아니란 생각이 제대로 들던 날 그렇게 사표를 냈다.

 

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철수를 한다.

나는 부적응자였다내 나라에서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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