꽃 가게가 있더라.
그 집도 몇채 안되는 동네에.
차를 세우고 걸어들어가는 길에 복숭아 나무가 두 그루 서 있는데
꽃이 얼마나 예쁘게 피었는지.
소박한 선인장이 대여섯개.
선물하기 좋게 포장된 꽃다발이 서너개.
투박한 물통에 담궈진 빨간 양귀비를 닮은 꽃 한 묶음을 사왔지.
차에 돌아와 앉아 시동을 걸다가 다시 들어가
배가 남산만해서 사나운 사내녀석을 혼내고 있는 주인 아줌마에게 물어봤어.
이 꽃 이름이 뭐냐고.
그러니 한쪽 다리를 끌어안고 우는 사내놈을 그 모양 대로 메달고는 카운터까지 걸어와
볼펜으로 적어 주네. ranunculus 라고.
몹시 예뻐 도저히 돌아 설 수 없는 꽃이더라고.
더구나 얘들은 깊고 깊은 적색이야. 유치하지도 천박하지도 않은.
집에 돌아와 꽃말을 검색해 봤는데.
꽃말이란게... 그저 한 두명이 귀찮아도 어쩔 수 없이 억지로 가져다 붙인것은 아닐거잖아.
역시. 그렇더라고.
나이가 드나봐.
자꾸 꽃이 예뻐지네.
예전엔 없던 일인데.